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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바마의 당선과 한미동맹의 미래

조회 수 1447 추천 수 0 2008.11.28 11:45:04
국정협 *.253.32.253
미국의 새로운 구상을 앉아서 기다리기보다는 적극적으로 찾아 나서고 믿음을 얻어야 한다.

  단연 국내외의 가장 큰 관심은 오바마가 과연 미국인들과 세계인들의 기대를 충족시킬 수 있을까 하는 점이다. 오바마 지지자들은 오바마가 마틴 루터 킹에 링컨을 합친 것과 같은 효과를 가져다 줄 수 있는 큰 인물이라고 자랑한다. 우연히도 돌아오는 1월은 마틴 루터 킹 탄생 200주기를 맞이하게 된다. 미국의 신행정부는 이러한 역사적 의미를 부여하며 통합의 정치, 화합의 정치를 강조하게 될 것이다. 그동안 3억에 가까운 다인종사회 미국을 결집시키는 데 소위 '명백한 운명'(Manifest Destiny)은 중요한 방향타 역할을 해왔다. 민주주의를 통해 세계를 보다 정의로운 사회로 만들어야 한다는 강박관념은 미국인들로 하여금 미국의 가치에 대한 지나친 우월감에 빠져들게 했으며, 때론 토양이 채 갖춰지지 않은 취약국가들에게 무리한 요구를 강행하기도 했다.

 과연 오바마는 링컨처럼 새로운 국민통합과 국가경제의 활력을 되찾을 수 있을까? 씻을 수 없는 전쟁의 상처를 안고 있던 당시 링컨의 국무장관 윌리암 씨워드는 한때 링컨의 강력한 정적이었지만 모든 역량을 동원해 미국을 산업화했고, '세계를 미국화' 한다는 새로운 구호 아래 철강, 석유, 철도, 조선, 기계 등 각 분야에서 미국을 세계 최고의 위치로 올려놓는데 성공했다. 서부개척 이후 국민들의 열정과 에너지를 태평양 너머로 확대시켜 나갔으며, 그러한 노력에는 정치인들과 기업인들 뿐 아니라, 프레드릭 터너와 같은 역사학자, 윌리암 휘트먼과 같은 대문호 등 당대 지식인들이 총 동원됐고, 알프레드 마한과 같은 해군장교들이 전략적 상상력을 더해 줬다. 즉 사회의 모든 역량을 집결, 위기와 혼돈의 시대로부터 미국의 부상(浮上)을 견인했던 것이다.

 이제 오바마가 답해야 할 질문은 과연 미국의 목표가 단순한 세계 최고의 지위에 대한 수성인가 아니면 진정한 리더십의 회복인가 하는 점이다. 국제사회로부터 존경심을 회복하기란 단순히 패권의 수성을 넘는 미국 역대 대통령 누구도 시도하지 못한 전대미문의 도전이 아닐 수 없다.

 오바마가 물려받은 위기는 단순한 금융질서 붕괴에 따른 경제위기 만이 아니다. 세력균형의 붕괴를 초래할 안보질서의 혼돈, 자기조절능력을 상실한 시장의 위기, 마지막으로 자유주의 사조의 추락과 관련한 철학의 위기가 복합적으로 연계된 극도로 다루기 어려운 위기라는 데 그 심각성이 있다.

 그동안 미국은 '외부의 적'을 선정, 선명한 이미지로 부각시켜 그들에 대항함으로써 국민들을 단합시키고, 미국의 정신을 지켜왔다. 그러나 이러한 방식이 디지털 시대, 초국가적 국제화 시대에는 더 이상 적용하기 어렵다는 점을 오바마는 누구보다 잘 알고 있을 것이다.

 오바마는 새로운 위기와 도전을 해결하기 위한 미국인들의 열망과 희망을 안고 대통령에 당선됐다. 그러나 그는 모든 난제들을 극복해낼 초능력의 소유자가 아닐 것이다. 그가 할 수 있는 일은 단지 새로운 패러다임을 여는 일이다. 정치신인 오바마는 새로운 시대를 견일할 시대적 소명의 상징이자 아이콘에 불과할지 모른다. 국내외 언론이나 정책관련 전문가들은 오바마 시대의 도래가 자국 또는 자회사에 미칠 영향을 분석하고 계산하는 데 벌써부터 분주하다.

 문제는 그가 활짝 열어 놓은 '판도라의 상자'에서 희망과 가능성만 우리에게 나타나지 않을 것이란 점이다. 가난한 자카르타의 뒷골목에서 성장한 그가 바라보는 세계관은 분명 부시의 그것과는 다를 것이다. 그러나 새로운 시대의 개막에 적합한 역할을 찾아내는 일은 그가 아닌 우리의 몫이다. 자동차시장의 개방 압력과 북핵 문제에 대한 그의 선택이 우리에게 불리 또는 유리할 지에 집착하는 미시적 접근 보다는 그가 그려보고 싶은 새로운 질서에 한국인, 한국사회, 한국이라는 국가가 얼마나 큰 기여를 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긴 안목을 갖고 큰 호흡으로 그를 만나야 할 것이다.

 오바마의 미국과 이명박의 한국은 과연 훌륭한 파트너가 될 수 있을까? 5년 단임제인 우리의 입장에서는 이제 새로 출범하게 된 오바마 행정부와 향후 4년의 임기를 함께 하게 된 점은 아주 잘 된 일이다. 그동안 이명박 정부는 대미정책의 핵심이 무엇인지 분명치 않다는 비판에 시달려 왔다. 사실상 임기 말기에 있는 부시 행정부와 지나치게 많은 내용을 약속하거나 구체화하기에 어려운 점이 적지 않았을 것이다. 일단 차기정부가 출범하는 현시점에서 정부는 보다 적극적으로 오바마 진영의 인수위 팀과 접촉해야 할 필요가 있다. 지난 4월 체결한 21세기 전략동맹을 어떻게 운영할 것인지에 관해 보다 구체적인 합의를 만들어 나가야 한다.

 새로운 민주당 행정부와 함께 미래 공동이익을 찾는 일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다만 신임 행정부가 지난 8년간의 정책을 총체적으로 점검하는 상황에서 우리의 입장을 다시 설명하고 필요시 설득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이를 잘 활용한다면 기회를 잡을 수 있을 것이다.

 오바마는 부시 초기처럼, 부시정책을 모두 반대하는 ABB(Anything but Bush)를 겉으로 드러내지는 않겠지만 부시가 지적을 받았던 실책들을 중심으로 200가지 정책대안을 새롭게 모색한다는 입장이다. 오바마 정부는 당면한 경제 및 금융위기 해결에 총력을 기울일 수밖에 없지만 돌파구 마련을 위해 해외로 국민들의 이목을 돌릴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따라서 이명박 정부는 미국이 다자적인 접근을 확대할 가능성 속에서 국제적 리더십회복에 도움을 줄 수 있는 동맹들의 입지가 그만큼 커질 수 있다는 점을 직시해야 한다.

 문제는 우리 외교안보팀이 중요한 변환의 시기에 발 빠르게 대처할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 우리 정부가 미국의 새로운 인수위 팀과 창의적이고 적극적으로 협조할만한 준비가 충분한 지는 자신하기 힘들지만 이제부터라도 새롭게 정비를 해야 하며 우선 부처간의 견해를 조정해야 할 것이다. 사실상 이명박 정부는 '글로벌 코리아'의 기치 하에 세계로 향한 비전을 제시했지만, 이를 달성하기 위한 구체적 수단들에 관해서는 명확한 입장을 전개한 바 없다. 이는 지난 9개월간 외교안보전략이 부재한 상태에서 각 부처별로 현안업무에만 매달려 왔기 때문이다.

 소위 미국식 National Security Strategy가 없다보니 전체적으로 정책 방향을 확인하기 어렵고 또한 조율을 하는 기능도 취약했다. 이러다 보니 미국 내에서도 새로운 정부의 정책방향에 대해 의구심을 갖거나 큰 기대를 갖기 어렵지 않겠느냐는 자조적 반응들과 불평들이 나오고 있다.

 이제 우리가 해야할 일은 양국 관계자들 간의 실무회담을 거쳐 한국이 할 수 있는 일들이 무엇인지 보다 분명하게 밝히고, 우리가 갖는 우려사항들에 대해서도 확실하게 전달해줘야 한다. 아울러 미 행정부가 추진하는 세계전략에 이명박 정부가 크게 기여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보여줘야 한다. 새로운 질서를 구축하는 일에 동참할 수 있는 기회란 결코 흔한 것이 아니다. 그러나 일단 동참하려면 그만한 부담과 책임을 안아야 가능하다.

 보다 안전한 세계, 보다 정의로운 질서를 만드는 데 기여하기 위한 글로벌 책무를 확대해 갈 때, 우리의 역할도 그만큼 커질 것이다. 특히 방위비 분담 문제나 기지이전과 같은 민감한 현안문제에 있어서도 단기적 이익만을 바라보는 구태의연한 접근에서 벗어나 미국을 돕고, 그에 합당한 새로운 역할을 요구하는 성숙한 자세를 보여줘야 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가장 중요한 것은 양국 지도부간의 신뢰의 공유이다. 이명박 정부가 많은 어려움에 직면해서도 지난 10개월간 한미관계를 이만큼 유지할 수 있었던 것은 부시 대통령과 이명박 대통령간의 특별한 믿음 때문이었다. 취임 초기 감내하기 힘든 국내정치의 위기 상황 하에서도 쇠고기 시장에 대한 개방카드를 선제적으로 제시하고 끝까지 포기하지 않은 이명박 대통령의 의지를 부시 대통령이 높이 샀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또한 미국이 북핵 문제에 있어서 결정적인 방향전환을 하게 된 4월 8일 싱가포르 합의에 대해서 이 대통령이 흔쾌히 추인해 줌으로써 부시 행정부의 외교적 부담을 크게 덜어주었던 것이다. 불완전한 상태로 북한과 타협하는 자세에 대해 미국 내 보수진영은 심각한 불만을 토로하였지만 한국정부의 조용한 외교 내지 암묵적 지지로 인해 부시 대통령은 북핵 문제를 외교적 승리로 포장할 수 있었던 것이었다.

 이명박 대통령에 대한 부시의 믿음은 다양한 방법으로 나타났다. 쇠고기 협상에서 미국이 추가협상을 인정해주는 결정적 계기를 마련했고, 동시에 이명박 정부를 침몰시킬 수 있었던  민감한 독도이슈와 관련, 독도 지명 철회를 명령했다. 비록 FTA는 체결하지 못했지만 비자면제협정을 연내에 성사시킬 수 있었다. 또한 금융위기를 해소하기 위해 개최되는 G-20 정상회의에 이명박 대통령을 초대한 일이나 금융위기로부터 벗어날 수 있는 '원-달러 통화스와프'의 결정은 모두 부시 대통령의 개인적 의지가 크게 반영된 일이다.

 오바마 당선자와 전화통화를 통해 축하인사를 나눴지만 향후 이명박 대통령과의 공통분모를 찾고 신뢰를 쌓아나가는 작업에 더욱 신경을 써야 할 필요가 있다. 유연한 사고, 합리성, 인권과 같은 보편적 가치에 대한 대통령의 믿음을 보여주는데 세심한 주의를 기울여야할 것이다.

 오바마 행정부 앞에 놓인 도전들은 결코 가볍지 않다. 우리가 과연 그들에게 전략적 자산이 될 수 있을 지는 우리 스스로의 노력에 달려 있다. 비록 경제적으로 어려운 상황이지만 미시적 관리의 관행에서 탈피, 미국과 보다 큰 그림을 그릴 수 있어야 전략적 미래를 확보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가 주저한다면 미국은 중국과 일본 등 대안을 찾아 나설 것이다. 그들의 새로운 구상을 앉아서 기다리기보다는 적극적으로 그들을 찾아가 설득하는 노력이 필요한 순간이다.(konas)

 홍규덕(숙명여자대학교 사회과학대학장)

* 월간 자유지 12월호에 게재된 내용입니다.


2008-1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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