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은 북한 핵문제가 국제사회 초미의 관심사가 된 지 20년이 되는 해이다. 1989년 영변의 비밀 핵시설을 담은 프랑스 상업위성 사진이 국제적인 주목을 받은 이래, 우리는 북한과 20년간 협상을 전개해왔다. 그동안 한국은 노태우, 김영삼, 김대중, 노무현에 이어 이명박 정부에 이르기까지 다섯 번 정부가 바뀌었다. 미국도 오바마에 이르는 네 번째 정권을 앞두고 있다. 협상틀도 미국의 정권교체 때마다 북한의 몽니에 의해 네 번이나 변경되어 왔다. 첫 핵협상은 남북한이 했고, 클린턴 정부 때는 미북고위급회담과 4자회담이었다. 그리고 현 부시 정부는 6자회담이다.
북핵문제의 종국적 해결을 담은 합의도 여러 차례 있었다. 92년 남북 사이의 한반도비핵화공동선언, 94년 미북 제네바포괄합의, 2006년 9·19공동성명 등 많은 핵포기 합의가 있었지만, 북한의 핵무기 개발이 포기된 징후는 여전히 없다. 오히려 6자회담이 진행되는 동안에도 북한은 핵실험을 감행했다. 그리고 핵폭탄의 정교화를 위한 고폭실험을 지속하고 있고 운반수단인 탄도미사일의 엔진 실험도 하고 있다. 또 핵실험 시설은 여전히 가동되고 있다. 솔직히 말해 6자회담을 통해 많은 합의를 양산하고 있는 동안 착착 북한의 핵무장은 진행되고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분명한 점은 현재의 핵협상 프로세스로는 북한의 핵무기개발을 방지하지 못한다는 사실이다.
북한의 비핵화는 2009년 중대한 기로에 서게 될 것이다. 부시 정부 8년 동안엔 이라크·아프가니스탄 전쟁 등 중동정세에 함몰되어 북핵문제에 있어 비핵화보다 상황관리와 해외이전 방지에 치중했다. 더욱이 2006년 10월 북한 핵실험 이후 부시 정부는 북한의 잠정적 핵무장을 사실상 묵인하는 정책을 취했다고 볼 수 있다. 2007년 2·13합의에서 핵폐기 대상 중 '핵무기'란 단어가 사라졌고, 2007년 10월 핵신고 대상에서 '핵무기'와 '우라늄 농축'이 빠졌다. 미국의 오바마 대통령 당선인은 선거전에서 부시 정부 임기 중 북한의 핵무기가 4배나 늘었다고 비난한 바 있다. 결국 오바마 차기 정부가 이 문제에 관해 어떠한 정책을 취할지가 관건이 된다.
오바마 당선인은 적극적으로 북한과 직접 협상을 전개할 것임을 밝히는 한편 핵확산방지조약(NPT)을 위반한 북한과 같은 나라에 대해 강력한 제재가 필요하다는 인식을 개진한 바 있다. 소위 '강인하고 직접적인 외교'를 북한에 대해 전개하려 한다. 그러나 오바마 차기 정부도 부시 정부 이상으로 북한문제 외의 다른 과제들에 매몰될 것이 우려된다. 당장 금융·경제위기를 극복해야 하고 뭄바이 사태에서 보듯이 테러와의 전쟁을 종결하는 것은 쉽지 않으며 이스라엘과 하마스의 충돌이 5차 중동전쟁으로 비화될 수 있다. 산적한 긴급과제들로 인해 북핵문제는 오바마 외교의 우선순위에서 후순위로 밀리게 될지 모른다. 오바마 정부도 부시 정부와 마찬가지로 중동문제에 함몰된 채 상당기간 핵무기 폐기를 위한 강력한 외교 드라이브를 걸기보다는 북핵문제의 관리에 치중할 가능성이 있다.
무언가 달라져야 한다. 시간이 흐를수록 북한의 핵무장은 기정사실로 다가온다. 핵무장한 북한과의 위험한 공존을 언제까지 감수할 수 있을까? 이미 일본에서는 핵무장 필요성이 공공연히 제기된다. 동맹국이 직면한 심각한 핵위협을 방치한다면, 동아시아의 핵확산 도미노가 촉발될 수 있다. 오바마 차기 정부는 중동 때문에 동아시아의 안전을 잃는 우를 범하지 말아야 한다. 북한의 벼랑 끝 전술에 휘둘려온 지난 20년의 대북정책에서 벗어나야 한다. 오바마의 화두는 변화(change)이다. 미국의 대북정책에 있어 변화가 절실한 시점이다. 시간이 걸리더라도 제대로 된 대북정책을 마련해야 한다. 2009년 북핵문제 해결을 위한 오바마 대통령의 강력한 이니셔티브를 기대한다. ( 윤덕민 외교안보연구원 교수)










